배틀로얄 - 신세기의 시작, 한 나라가 파괴됐다
이번 주제는 줄거리를 나열하기보다는 영화의 배경소개와 파급효과 등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신세기의 시작 한 나라가 파괴됐다. 실업률 15%, 실업자 천만 명! 등교 거부생 80만 명!
급증하는 소년 범죄! 자신감을 잃은 어른들은 마침내 하나의 법안을 가결했다. <신세기 교육혁명법[BR법]>
2000년에 개봉한 일본영화 배틀로얄의 도입부는 위의 자막과 함께 시작합니다. 신세기 교육혁명법, 일명 BR법은 전국 중학교 3학년 학급을 대상으로 1개 반을 선정하고 그들을 무인도로 데려와 군대의 통제와 엄격한 룰을 바탕으로 최종 1인이 살아남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법입니다. RB법 대상으로 선정된 학급은 수학여행을 가는 버스 안에서 마취가스에 의해 모두 깊은잠에 빠져들고 무인도로 납치되다싶이 들어가게 됩니다. 눈을 떠 보니 목에는 폭탄이 장착된 목걸이가 채워져있으며 학급 담임이었던 선생과 군인들이 상황을 설명합니다.
영화의 시작에서 언급된 BR법의 등장 배경, 그리고 이어지는 장면에서는 B반에서 단체로 수업을 거부하여 담임이 허탈해하는 장면, 그 교실을 나가는 담임에게 한 학생이 칼로 찌르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B반이 RB법 적용학급으로 선정되었고 B반 학생들은 살아남기위해 친구들을 상대로 서바이벌을 펼칩니다.
서바이벌의 규칙
배틀로얄(BR)의 규칙은 단순합니다. 참가자 개개인별로 서바이벌용 물품이 지급됩니다. 물품속에는 섬의 지도와 나침반, 물, 그리고 랜덤으로 배정되는 무기가 있습니다. 참가자들이 숨어만 있는것을 방지하기 위해 섬을 일정구역으로 나뉘어 일정시간대별 출입금지구역으로 설정하고, 출입금지시점에 해당지역에 있는 참가자는 목걸이에 부착된 폭탄이 폭팔하도록 설정되어 있습니다. 구역설정은 곳곳에 설치된 타워스피커를 통해 주기적으로 전달되며 생존자 현황도 전해줍니다.
참가자들은 친분을 활용해 친구들과 협동을 꾀하거나, 홀로 움직이는 등 원하는대로 할 수 있습니다.
다만, B반 학생 외 2명의 다른 참가자 또한 있으며 그들은 게임에 참가한 이력이 있어 서바이벌을 더욱 긴장함 있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어떤 학생들은 기지를 발휘해 목걸이를 해킹하고 이를 해제하기도 하지만, 결국 1명만 살아남아야하는 서바이벌이기에 서로를 이간질하거나 동료의 뒤를 치는 비열한 행위를 통해 살아남아야 합니다.
서바이벌을 더욱 긴장감 있게 만드는 요소는 우선 무기가 랜덤으로 지급된다는 것, 그리고 참가자들의 속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더 위험하다는 것, 그리고 B반 외 2명의 참가자가 매우 위협적이라는 것 3가지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게임 세계관으로 펼쳐진 배틀로얄 - 배틀그라운드/콜오브듀티 워존
이같은 신선한 소재의 서바이벌 규칙은, 각종 FPS게임의 모드 등으로 간간히 이어졌습니다. 같은 분대원들끼리 룰을 정하거나 모드제작자의 힘을 빌려 소소하게 게임을 즐기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후 2017년 스팀에서 Player Unknown's Battle Ground (PUBG) 라는 게임이 출시되었고, 흥행에 성공하였습니다. 이름도 배틀로얄과 비슷한 배틀그라운드로 모두가 영화 배틀로얄을 떠올렸습니다. 영화속 룰과도 거의 일치하며 플레이어들은 커다란 맵에 수송기를 타고 원하는 지역으로 먼저 착지(배치)한 후, 생존을 위한 아이템들을 직접 찾고, 좁혀오는 전기장 영역안으로 이동하며 다른 플레이어들을 죽이고 1등을 차지하는 형식입니다. 친구들과 팀을 이뤄 게임을 할 수도 있고, 영화속 주인공들처럼 용감하게 필드를 헤짚고 다니거나, 한곳에 오랫동안 숨어있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습니다.
FPS게임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콜오브듀티 모던워페어 리부트가 2019년 공개되었고, 워존 이라는 타이틀로 배틀로얄 형식의 서바이벌 모드가 공개되어 아직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배틀그라운드와 매우 비슷하지만, 특수부대원의 특성을 살려 장비/기술에서부터 차량/헬기 등의 탈것을 이용할 수 있고, 조여오는 독가스로부터 벗어나야한다는 설정상 차이가 있습니다. 또한, 배틀그라운드의 경우 경기 초반에 죽으면 남은 게임을 관전하는 것 외의 즐길거리는 없어 새로운 게임에 참가해야하는 반면, 워존의 경우는 쓰러진 플레이어는 '굴라그'로 끌려가 다른 탈락자와 1:1매치를 통해 이기면 재투입이 가능하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배틀그라운드의 경우 모바일로도 출시되어 인기가 많고, 워존의 경우 고사양으로 몰입도 높은 전투를 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배틀로얄의 세계관 - 요즘애들 버릇없어
영화 배틀로얄의 세계관은 결국 세대갈등에 대한 비판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인트로에 나오는 '소년범죄 증가', '자신감을 잃은 어른들' 등의 표현이 결국 '요즘 애들은 ~~하다'라는 식의 표현으로 비춰집니다.
흔히들 '나때는 말이야' 라고 말하면 꼰대라는 소리를 듣고 이런 사회상을 비춰 '라떼는 말이야' 등으로 우습게 표현되기도 합니다. 인류는 수천년의 세대를 거듭하면서 모두가 아이였고 어른이 되지만 후세에 대해 쉽사리 이해하기 어려운 듯 합니다.
밑에 한가지 예시가 나옵니다.
"요즘 대학생들 정말 한숨만 나온다. 요즘 대학생들은 선생들 위에 서고 싶어하고, 선생들의 가르침에 논리가 아닌 그릇된 생각들로 도전한다. 그들은 강의에는 출석하지만 무언가를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 그들은 무시해도 되는 문제에 더 관심을 가진다. 공부보다는 연애 같이 무시해도 될 만한 것에 몰두하고, 자신이 모르는 것에 대해서 질문을 하지도 않는다.
건전한 활동으로 자신의 역량을 늘리기보다는, 주말마다 친구들과 놀러다니기 일쑤다. 그리고 받은 학자금을 올바르게 쓰는 게 아니라, 술집이나 파티, 놀이하는데 써버리며 지식도 도덕도 돈도 없이 집으로 돌아간다."
글만 읽어보면 현재의 기성세대가 요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가지는 생각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는 14세기(1311년)에 볼로냐 대학의 스페인 프란체스코회 사제였던 알바루스 펠라기우스가 당시에 대학생들에 대해 남긴 개탄중 일부 입니다.
또 비슷한 경우가 있습니다.
"어디에 갔다 왔느냐?"
"아무 데도 안 갔습니다."
"도대체 왜 학교를 안 가고 빈둥거리고 있느냐? 제발 철 좀 들어라. 왜 그렇게 버릇이 없느냐? 너의 선생님에게 존경심을 표하고 항상 인사를 드려라. 왜 수업이 끝나면 집으로 오지 않고 밖을 배회하느냐? 수업이 끝나면 집으로 오거라. 내가 다른 아이들처럼 땔감을 잘라오게 했느냐? 내가 다른 아이들처럼 쟁기질을 하게 하고 나를 부양하라고 했느냐?" (이후생략)
위 문구는 기원전 1700년 경으로 추정되는 수메르 점토판의 내용입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어디에나 사람사는것은 다 똑같은가 봅니다.
최근 EBS의 한 다큐멘터리에서 고등학교 이하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신들의 후배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습니다.
나이고 많고 적고를 떠나서 자기보다 어린 후배들에 대해 가지는 생각은 시대를 막론하고 비슷하게 나타나는 듯 합니다.
옛날보다 형제자매가 없는 외동들이 많다는 등 여러가지 이유를 불문하고 자신들도 선배들에게 비슷한 이미지를 주었을 뿐더러 후배들에게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051B의 노래 중 하나인 "요즘애들 버릇없어"의 가사를 마지막으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요즘애들 버릇없어 어른들은 얘기하겠지만 똑같은 얘길들으며 그들도 자랐는걸
어른들이 바라는 건 오직 학벌 오직 출세뿐야 그러면 나의 꿈들은 어디로 가야하나
만나지마라 그런 친구는 그 런건 하지마라 공부외에는 모든 것이 다 널 위한거다
너도 나이가 들면 이해할거다 워-워- 전부 그런식이지 우린 모두 다 어른들을
사랑해요 조금씩만 우리를 이해해 주세요 당신들이 생각 하듯 이 순진하지만은 않아
우리도 알건 다 알고 있어요
보지도 마라 텔레비전은 그런건 듣지마라 대중가요는 모든 것이 다 널 위한거다
너도 나이가들면 이해할거다 워-워- 전부 그런식이지 우 린 모두 다 어른들을
사랑해요 조금씩만 우리를 이해해 주세요 당신들이 생각하듯이 소유되고 싶진않아
우리는 단지 우리이니까